A는 국왕이 되어 지배자의 삶을 살았고, B는 농노로서 평이한 삶을 살았다. 기본적으로 중세의 모습은 고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명확하고 사회는 매우 안정되어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A는 더 이상 자기 스스로를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세가 그리스도교의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의 신은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 아니라, 인간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우주의 창조주로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영향을 받는 사회에서는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국왕은 신이 아니라 신으로부터 통치의 권한을 인정받은 존재였다. 그 궈한은 성직자가 인정해주었고, 그 대가로 국왕은 성직자의 생활을 보장해주었다. A는 생산수단이라는 물질적 측면과 종교적 인정이라는 정신적 측면 모두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획득했다. 따라서B는A의 지배에 불만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사회가 안정되고 견고했던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 사회가 가능했기에 중세는 천 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유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중세 후기가 되면 견고했던 사회적 분위기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원인은 상업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무역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부를 축적한 상인 계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고대와 중세의 유일한 생산수단인 토지와 영토 그리고 장원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들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배층의 권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또 스스로도 자유로워지려 노력했다.

 

두 번째 원인은 공장의 발생에서 찾을 수 있다. 18세기가 되면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증기기관은 물을 끓여서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움직여서 기계를 작동시켰다. 이러한 증기기관이 당시에 발전한 분업과 만난다. 분업은 한 명이 하던 복잡한 일을 여럿이 분담함으로써 일의 효율을 높이는 작업 방식이다. 예를 들어 B는 구두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예전에는 B 혼자서 소를 잡고 가죽을 벗긴 다음 이를 말리고 재단해서 구두를 만들고 마름질을 했다. 구두 한켤레를 만드는 데는 보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분업이 도입된 후에 B는 혼자 작업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그래서 보름이면 열 켤레의 구두를 만들 수가 있었다.

 

각각이 일을 나누어서 자신의 일만 하고 B는 최종적으로 완성된 구두를 점검했다. 작업이 분담되니 일은 단순해지고 빨라졌다. 이러한 분업이 증기기관과 만나 폭발적인 효율성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공장의 등장을 의미했다. 증기기관은 단순한 동작을 반복 할 수 있었기에,B는 분업된 작업 단계 중 단순한 동작이 필요한 과정에 증기기관을 설치했다. 공장을 가동하자 구두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왔다. B는 공장을 소유한 공장장이 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장의 의미다. 공장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많은 양의 생산물을 만들어 낸다. 즉 공장은 새로운 생산수단이다. 그런데 앞에서 우리는 생산수단과 생산물이라는 물질적 가치가 비물질적인 사회적 관계로서의 권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즉 공장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한B는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을 부르주아라고 부른다. 부르주아의 뜻 자체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부르주아는 다른 말로 자본가계급, 시민계급, 유산계급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국왕인A는 아직도 장원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B는 공장이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을 통해 권력을 갖게 되었다.

 

A와B는 권력을 구분하기 위해서 A의 권력은 구권력, B의 권력은 신권력이라고 부르자. 시대와 사회는 하나인데 권력은 둘이다. 구권력인 신권력과 충동 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은 다음과 같은 예로 쉽게 이해할수 있다. 학교 짱이 혼자 지배하는 우리교실은 평화롭다. 그러던 어느날 옆 학교의 짱이 공교롭게도 우리반으로 전학을 왔다. 반은 하나인데 짱은 둘인 상황인것 이다. 그날부터 각각의 짱을 중심으로 권력이 재편되고, 짱들 간의 갈등은 첨예해진다. 이갈등은 한명의 짱이 반을 평정할 때까지 계속된다.

 

중세 후기의 시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구권력과 신권력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왕인 A는 고민에 빠졌다. 언제부터인가B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부르면 잘 오지도 않고 바쁘다며 종을 대신 보내기도 한다. 가끔 공장장들과 회담이 있어서 만날 때에도 무슨 말만하면 B가 꼬투리를 잡는다. 요즘 공장장들의 태도도 미적지근한데 아무래도B 때문인 것 같다. A는 고심 끝에 B를 불렀다. 잠시 후B가 오긴했는데, 바쁜데 무슨 일이냐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주머니에도 손을 넣고 빼지 않는다. A는 부아가 치밀었으나 꾹꾹 누르며, B에게 할 말이 있으니 가까이 오라고 했다. B가 가까이 가자A가 말했다."이건 비밀은 아니지만,네가 잊은 것 같아서, 사실 나 하나님이 국왕하라고 시킨거야 나한테 계속 삐딱하게 나오면 나는 괜찮은데 , 하나님이 싫어하실 것 같아서" 이렇게 말을 하고 B를 보냈다. B는 어디서 봤던 장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으나 분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국왕 놈은 돈도 없고 한주먹감도 안되는게 무섭지 않았지만 신은 달랐다.

 

산업과 상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급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정치 참여에는 한계가 있었다. 구권력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 동시에 구권력의 지배를 정당해주는 신과 같은 이론적 토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권력은 자신들의 정치,사회 참여를 정당화 해줄 신을 대신할 이론적 토대가 필요해졌다. 그렇다면 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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