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토끼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밝은 빛 아래에서 토끼를 살펴보자.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는 토끼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초보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건강한 토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윤기 있는 털 - 숱이 풍부하고 윤기가 있으며 잘 정돈되어 있다. 건강하지 못한 토끼들은 털 숱이 적고 털이 쉽게 빠지는데다가 윤기도 적고 정전기가 있거나 헝클어진 것처럼 털이 어수선해 보인다. 입으로 바람을 후~ 불어봐서 털 사이로 살이 훤히 드러나거나 비듬이나 딱지 같은 것이 보인다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증거다. 비듬이 심하고 털이 일정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많이 빠져 있다면 피부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둥글둥그란 대변과 깨끗한 항문 - 토끼의 변이 단단하면서 크기가 고르고 동글동글하다면 소화기관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이런 토끼들의 엉덩이와 항문은 깨끗하다. 단, 일부 악덕 상인은 설사를 한 토끼의 엉덩이를 손님이 없을 때 물수건으로 닦아 눈속임을 하기도 한다. 항문 주변의 털이 변색되어 있다면 설사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토실토실한 몸집 -토끼는 털이 있어서 언뜻 다 토실토실해 보이지만 살짝 안거나 만져보면 털 속의 살이 느껴진다. 살보다 등뼈가 금세 느껴질 정도라면 제대로 먹지 못했거나 허약한 토끼일 가능성이 크다.

 

보송보송한 코- 개와 달리 토끼는 코가 촉촉하지 않다. 코 주변이 콧물로 젖어 있거나 털이 엉켜 있다면 스너플과 같은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예쁜 이빨 - 입을 살짝 벌려서 아래위로 앞니 한쌍이 예쁘게 맞물려 있는지 확인한다. 위쪽 앞니 뒤로 아래 앞니가 물려져야 정상이다. 반대로 아랫니가 위로 뻗어 나왔거나 이빨의 균형이 맞지 않다면 부정교합이다. 부정교합은 평생 이빨을 관리해주어야 하고 관리가 소홀하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튼튼한 발 - 뛸 때 네 발이 균형 있게 땅을 디디는지 살핀다. 한쪽 다리를 들고 뛰거나 질질 끄는 것 같다면 골절을 의심해본다. 미끄럽지 않은 바닥인데도 다리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자꾸 양쪽으로 미끄러지는 경우에도 주의한다. 또 앞발의 털이 젖어 있거나 털이 엉켜 있다면 감기나 스너플로 콧물을 흘리는 토끼일 수 있다. 토끼가 앞발로 콧물을 닦기 때문이다.

 

깔끔한 귓속= 귓속에 피부병이나 기생충 진드기를 갖고 있는 토끼는 귓속이 지저분하거나 다른 토끼에 비해 자주 귀를 긁는 행동을 보인다. 밝은 빛 아래에서 토끼의 귀 안쪽에 딱지가 보인다면 주의한다.

 

깨끗한 눈- 눈곱이 끼지 않고 눈물자국이 없는 토끼가 건강하다. 누관이 막힌 경우 눈물을 계속 흘리기 때문에 토끼의 눈가가 지저분하다. 눈병이 있을 때에도 눈곱이 많이 낀다. 눈꺼풀 주위에 하얀 비듬이 보인다면 아픈 토끼일 수 있다.

 

<토끼의 연령>

 

토끼의 연령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토끼의 생존과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모유 수유를 7주간 받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토끼의 연령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상인들이 말하는 연령을 그대로 믿었다가 뒤늦게 후회하곤 한다. 일단 초소형종이라고 해도 한손에 쏘옥 들어오는 토끼라면 백퍼센트 수유기간에 제대로 수유를 마치지 못한 아기토끼라고 봐야 한다. 이런 토끼들은 건강하게 살아남기 힘들다. 초소형 토끼라고 해도 7주 수유를 마치면 최소 500g 전후는 나가며, 그외 일반 소형종 및 중대형들은 정상이라면 800g 이상 나가게 된다. 시중에는 주먹크기만한, 200g도 채 안 나가는 토끼들이 엄청나게 많다

 

<암수 구별>

 

토끼의 기본적인 암수 구분은 생식기로 판별한다. 그런데 시중의 토끼들은 대개 너무 어려서 생식기가 발달하지 않아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다. 게다가 토끼를 파는 상인의 암수에 대한 언급은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많은 토끼들이 정확한 진료 후에 성이 뒤바뀐 사례가 많다. 판매상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가 토돌군이 되어버린 암토끼나, 토순이가 되어버린 수토끼 이야기는 흔하다. 정확한 암수 구별은 토끼 전문 동물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토끼들이 암컷과 수컷의 특징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시기는 종류와 개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생후 3개월 전후부터다. 특히 수토끼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오줌을 뿌리는 스프레이 행위를 시작하고, 명란젓처럼 생긴 고환이 내려와서 한눈에 뚜렷하게 수컷임을 증명하게 된다. 사람의 사춘기 때 나타나는 2차 성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토끼에게 암이나 혹이 생겼다고 병원으로 달려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암토끼는 다른 동물과 달리 생리를 하지 않아서 성적 성숙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빠르면 생후 3~4개월 만에 임신을 할 수도 있는데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때 출산을 하게 되면 엄마토끼의 몸에 많은 무리가 따르고 태어나는 아기토끼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생후 3개월 정도의 연령이 가까워지면 암토끼와 수토끼를 격리시키거나 불임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토끼를2마리 이상 기를때>

 

토끼는 사회적 동물이다. 겉으로는 외로움을 안 타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의 지속적인 관심을 느낄 줄 알고 동료를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동물이다. 그러나 토끼를 두 마리 이상 함께 기르고자 할 때에는 토끼의 사회성뿐 아니라 본능까지도 함께 생각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기토끼 시절에는 성별이나 숫자에 상관없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토끼가 성적 성숙을 시작하는 생후 3~5개월부터 토끼들이 싸우거나 낯선 행동을 보임에 따라 당황하거나 후회하는 주인들이 속출한다.

 

임신과 출산의 우려만 아니라면 암토끼와 수토끼 한쌍이 성장 후에도 사이가 가장 무난하다. 그러나 불임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계속되는 임신과 출산뿐 아니라 수토끼의 계속적인 교미 시도로 인해 암토끼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할 수 있다. 또한 암토끼의 거부로 수토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암토끼와 수토끼 한쌍의 경우, 최소한 수토끼의 불임수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역싸움>

 

같은 암토끼끼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일단 영역싸움을 하게 되면 매우 격렬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따로 살던, 두 마리의 다 자란 암토끼를 함께 기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토끼들은 대략 3개월 정도의 연령에 도달하면서 성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하고 수컷으로서의 본능도 강해진다. 자연 상태에서 암토끼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싸우던 본능이 되살아나고, 자신의 영역이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물려받은, 다른 토끼에 대한 공격성도 되살아날 수 있다. 때문에 두 마리 이상의 토끼를 기르는 경우 성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즈음해 불임수술(중성화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수토끼들만 있는 경우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인 경우가 가장 무난하고 사이좋게 지낸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불임수술이 전제된 후의 이야기. 또한 한배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더라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수토끼들인 경우에도 그런대로 무난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두 마리 모두 암토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라서 암토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본능이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어느 한쪽이라도 일단 암토에 대한 눈을 뜨게 되면 사태가 바뀔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여태 잘 지내던 토끼들이 갑자기 싸우는 것 같다고 당황하게 된다. 최선의 해결법은 결국 그러한 일이 생기기 전에 얼른 성적 성숙을 감지하는 대로 두 마리 모두 불임수술을 해주는 것이다. 반드시 같은 성별 사이에서만 영역싸움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란 토끼들끼리 새로이 만나서 한집에서 사는 경우는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토끼들이 다른 토끼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본능에 의한 수토끼들의 싸움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해서 유혈사태는 물론 토끼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격렬한 강도에 달할 수도 있다. 싸움을 일삼는 토끼는 사교성이나 사회성이 떨어지고 폐쇄적이고 적대적인 성격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토끼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다. 사람이 사는 가정에 토끼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들여오면서, 그 생명체의 본능과 습성에 대해 보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인도 자각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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