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키우기 - 발정기와 임신 그리고 출산

 

<사춘기 발정기>

 

토끼는 평균적으로 생후 3~4개월이 되면 성호르몬이 왕성히 분비되면서 성적으로 성숙해진다. 여러 토끼가 함께 있는 곳에서 자랐다면 더 빨리 성숙한다. 이 무렵 수컷은 복강 내에 있던 고환이 하강하기 시작해 고환을 볼 수 있다. 암컷은 외음부가 커지고 약간의 분비물이 보이는데 쉽게 관찰될 정도는 아니다. 이때부터 토끼들은 성적인 호기심과 욕구가 커져 다른 토끼에게 소위 ‘붕가붕가’라고 하는 성적 행위를 시도하려 한다. 심지어 같이 사는 토끼가 동성일 때도 이런 행동을 하며, 혼자 살 때는 주변 물건이나 사람에게도 같은 행동을 하려 한다. 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소변을 뿌리는 행동(스프레이)을 해 집안이 지저분해지도 한다. 만약 이 욕구가 적절히 해소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신경질을 부리거나 난폭해진다. 특히 수컷끼리 있는 경우 서로 우열을 가리기 위해 싸움을 많이 한다

 

<상상임신>

 

성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암토끼를 데리고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토끼가 한곳에 털을 수북이 뽑아놓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때 만약 불임수술을 하지 않은 암수 토끼를 한쌍 기르고 있거나 최근에 암토끼가 수토끼를 만난 적이 있다면 곧 새끼들이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신호. 그렇지 않다면 암토끼가 상상임신을 한 것이다. 임신 혹은 상상임신한 토끼들의 습성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산이 임박해지면 이렇게 털로 둥지를 만드는 것이다. 대개 목주변의 털을 뽑아 만들고 집안의 신문지나 건초 등을 물어다가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둥지를 만드는 동안 암토끼는 강한 본능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말리고 꾸짖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상상임신일 경우 며칠만 지나면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둥지를 본체만체하게 되므로 그때 치우면 된다.

 

<토끼의 수태>

 

토끼의 임신기간은 평균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토끼는 일단 성적으로 성숙하면 암컷을 언제든지 임신시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암토끼는 생리를 하지 않으며, 교미 후 즉시 배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태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한 직후에도 바로 임신이 가능하다. 만일 암수 한쌍이 같이 살면서 마음대로 새끼를 낳게 한다면 1년만에 수십 마리가 될 수도 있다. 한번에 낳는 새끼의 수는 토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5~8마리 정도. 그러나 한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암토끼가 받는 신체적, 정서적 스트레스는 매우 커서 대개 1년에 여러 번씩 새끼를 낳은 암토끼는 극도로 지쳐 건강이 심하게 상하거나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성숙한 수토끼가 그 왕성한 성적 욕구를 모두 해소하려면 한두 마리의 암토끼만으로는 어림없다. 또한 여자친구를 잠시 만들어주거나 농장이나 펫숍에 데려가 몇번의 교배를 시킨다고 해서 그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될 문제도 아니다. 잦은 교미는 암토끼나 수토끼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 생후 2년 이상 되면 생식기관(자궁, 난소, 고환, 부고환 등)에 종양이 생기기 쉽기 때문. 암은 토끼의 사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이다. 때문에 토끼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어렸을 때 불임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권장된다.

 

<토끼의 불임수술해야 하는 이유>

 

불임수술은 중성화수술이라고도 불린다. 수술시키는 시기는 성적인 성숙이 시작되었을 때인 생후 3개월 정도가 좋다. 그러나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한 환경의 토끼는 무조건 나이로 판단하지 말고 건강상태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불임수술을 받은 토끼는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은 토끼에 비해 더 건강하고 수명도 길어진다. 암토끼 수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난소암이나 자궁암 같은 생식기 계통에 생기는 암의 위험은 불임수술로 확실하게 막을 수 있고, 불임수술을 한 수토끼는 다른 토끼나 동물에게 덜 공격적이 되므로 싸움 등으로 인한 위험이 줄게 된다.


 불임수술을 한 토끼들은 다른 토끼와도 더 잘 지낸다.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들어 보다 얌전하고 애정이 넘치고 믿음직스러워진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에 있어서도 안전하다. 씹고, 땅을 파고, 물고, 으르렁거리는 등의 버릇도 수술 이후 훨씬 줄어든다. 수토끼의 스프레이 행위도 없어지고, 암수 모두 화장실 훈련도 더 용이해진다. 또한 불임수술은 토끼들의 과다 번식도 막아준다. 미국에서는 매년 1천5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 토끼들이 수용소에서 안락사당한다. 특히 주인이 싫증낸 토끼들은 종종 들판, 공원 심지어는 길거리에 그대로 버려지는데, 그렇게 버려진 토끼들은 굶주림과 질병에 고통받으며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거나 교통사고로 희생된다.

버려지는 토끼들에 대한 심각성은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보도된 여의도공원에 버려진 토끼들이 좋은 예다. 굶주림에 지친 토끼들이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먹으면서 육식성을 띠게 된 것. 공원에 버려진 토끼들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불임수술을 시킬 경우 경험이 풍부한 토끼 전문 수의사에게 의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가 수술한 경우 마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망한 경우는 0.1% 남짓일 뿐이다. 토끼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수의사에게는 수술을 절대 맡기지 말아야 한다.

 

<임신한 토끼>

 

암토끼의 임신이 확인되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엄마가 될 암토끼는 평소보다 많은 물과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영양이 풍부한 알팔파 건초는 임신한 토끼에게 좋은 먹거리다. 신선한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공급하고, 먹거리의 양도 평소보다 늘린다. 배가 고픈 토끼는 예민해지면서 신경질적이 되고 불안해진다. 또한 소음이나 잦은 환경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토끼를 데리고 외출하는 일은 가급적 자제하고, 케이지의 위치를 바꾸거나 하는 것도 출산 이후로 미루자.

토끼가 지내는 곳은 조용하고 건조하면서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어 출산을 하기에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케이지와 주변의 청결도 중요. 임신 중의 토끼는 이외에도 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것이 많으므로 가능한 한 임신을 안 순간 동물병원에 알리고 수시로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토끼 출산>

 

출산이 임박해지면 암토끼는 털을 뽑거나 건초나 주위의 종이 등을 끌어다가 둥지를 짓는다. 둥지를 튼 지 3~4일 전후로 사람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새끼를 출산한다. 토끼의 임신기간은 대략 30~33일 정도. 토끼는 출산을 해도 새끼 옆에 항상 붙어 있지 않는다. 하루 2회 수유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둥지에서 벗어나 있어서 간혹 아기토끼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이나 위험이 다가오면 어미토끼는 바로 아기토끼들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즉 낯선 동물들에게 새끼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는 야생의 본능 때문에 둥지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일정 거리에서 망을 보며 토끼들을 지킨다. 아기토끼는 주인이라 하더라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아기토끼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손의 다른 냄새를 제거한 뒤 엄마토끼의 오줌을 손에 묻힌 뒤에 만지도록 하자. 어미토끼는 냄새를 통해 자신의 새끼를 구별한다. 낯선 냄새가 난다면 더 이상 새끼를 돌보지 않거나 위험으로 간주, 물어 죽일 수도 있다. 추워 보인다면 어미토끼의 털을 더 넣어주거나 부드러운 건초 등을 넣어준다. 임신기간 동안 어미토끼가 깔고 앉던 천이 있다면 그런 것을 넣어주는 것도 좋다. 어미토끼의 몸에 피가 묻었거나 해도 억지로 닦아주거나 하지 않는다. 출산으로 지치고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좋다.

 

 

<토끼 수유>

 

엄마토끼가 아기토끼에게 젖을 먹이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주인이 목격하기 어렵다. 수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알려면 아기토끼들의 배를 보자. 배가 주름이 질 정도로 꺼져 있다면 어미가 수유를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때는 동물병원에 즉시 알리고 인공수유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유만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아기토끼의 육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수유가 어미토끼에게는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므로 충분한 영양 공급과 편안한 환경 조성에 힘쓴다.

아기토끼는 생후 3주까지는 대개 전적으로 어미의 젖에 의존한다. 생후 3주 전후에 이르면 서서히 어미가 먹는 것에도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 보통 부드러운 알팔파의 잎이나 건초의 연한 부분 등에 입을 댄다. 사료에도 관심을 보이는 아기토끼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정상적으로 엄마 젖을 충분히 먹고 있는 토끼들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생후 7주쯤이면 젖을 떼게 된다. 갓 태어난 토끼는 장내의 소화능력이 극히 미약하다. 아기토끼는 7주 동안 어미젖을 통해 소화능력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7주 이전에 젖을 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젖을 뗀 이후의 토끼들은 더욱 무럭무럭 성장하고 생후 6~7개월쯤에 이르면 이른바 성장곡선이 완화되기 시작해 생후 10개월에서 1년 무렵에 완전히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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